• 주역점괘로 길흉을 판단한 충무공 이순신
    “백전백승의 위대한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전장에 나가기 전에 조용히 앉아 주역점괘로 길흉을 판단하였다”
    이 이야기는 tv드라마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요히 앉아 주역점괘를 뽑는 모습은 전쟁의 승패를 확인하려는 충무공의 그때 당시의 간절한 심중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아마도 승리를 위한 작전을 치밀하게 짜고 나서 주역 점으로 승리를 확신한 다음 마음 놓고 출전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주역점괘의 신묘함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기는 인간의 길흉화복은 수천 년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화두였을 테고 그 화두의 답을 가장 합리적이고 우주와 인간의 마음을 관통하는 철학의 깊음까지 갖춘 주역점괘에서 찾으려 했던 인간의 보편적 진실을 충무공 역시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괘상으로 다가올 일을 예견하다
    이 이야기는 1600여 년 전 중국 송나라 때 역사에 전해지는 실화이다. 실화의 주인공은 특이한 한 토막 역사의 기록에 등장하는데 소강절(昭康節)이란 사람이다.
    점술에 관한한 입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인 그가 남긴 매화역경(梅花易經)이란 점술서가 있다. 탈무드에 비견되는 점술의 경서로 알려진 이 책의 논리 역시 시간이다.

    그 내용은 초 봄 어느 날 소강절이 친구들과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꽃구경을 갔을 때였다. 매화꽃가지에 앉아 놀던 참새 두 마리가 싸우다가 땅에 떨어지는 모양을 보았다. 보기 어려운 희한한 광경을 목격한 그는 얼른 그때 그 시간을 가늠해 점괘를 짚어보고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오늘 오후에 어느 대갓집의 딸이 매화나무에 올라 꽃가지를 꺾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질 것이라 하였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친구들이 그가 말한 시간에 매화 밭에 다시 와보았다. 그리고 과연 어느 처녀 하나가 다리가 부러지는 모양을 목격하고는 혀를 내둘러 감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 일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소강절이 쓴 점술 서를 매화역경이라 하였던 것이다.

    백성들의 신망과 인기가 천하에 자자했던 소강절 역시 황제의 시기심을 피할 수 없었다. 어느 날 황제가 소강절을 황궁으로 불렀다. 황궁에는 소강절을 죽일 명분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것은 암컷 쥐 한 마리를 넣고 밀봉해놓은 상자였다. 상자 주변에는 대소신료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소강절이 도착하자 대뜸 황제가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점술로 혹세무민한다는 소리를 오래전부터 들었다. 내 오늘 너의 점술을 시험해볼 터인즉 만약 틀린다면 즉시 참수형에 처할 것이다.”
    하고는 밀봉해놓은 상자를 가리키며 협박했다.
    “저 상자 안에 쥐가 있다. 점을 쳐서 쥐가 몇 마리인지 맞추어 보아라.” 하였다. 소강절은 즉시 황제가 명령한 시간을 주역 괘에 대입시켰다. 그리고 괘를 풀어보고는
    “쥐가 모두 여섯 마리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황제가 불같이 노했다. “네 이놈! 쥐는 한 마리뿐이다 여섯 마리라니! 그동안 네 놈이 거짓된 점으로 백성을 수도 없이 속였으니 죽어 마땅하다.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다 목을 베어죽여라” 하고 명령했다. 소강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가 변명할 틈을 주지도 않아서 신하들 중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형장으로 끌려간 소강절은 속절없이 즉시 사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소강절이 사형장으로 끌려 나가고 나서였다. 평소 소강절을 잘 아는 한 신하가 상자 속의 쥐가 암컷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신하가 무언가 짚이는 데가 있어서 황급히 황제 앞에 나아가 “폐하 혹시 모르니 암컷 쥐 배를 갈라보았으면 합니다.” 하고 간곡히 청하였다. 그 말을 들은 황제가 마지못해 어의를 불렀다. 잠시 후에 황제를 비롯한 신하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어의가 가른 어미 쥐 뱃속에는 곧 태어날 새끼 쥐 다섯 마리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양을 보고 놀란 황제가 급히 소강절의 목숨을 구하라 명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소강절이 망나니의 칼날에 목이 달아난 뒤였다.

    실화로 전해지는 이 놀라운 점술 이야기는 인간의 예지능력을 소강절을 통해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 운명은 비켜갈 수 없다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4대 독자로 살아온 돈이 아주 많은 부자 노인 한 사람이 살았다. 그런데 그 노인은 슬하에 자식이 없다가 환갑이 넘어서 100일 기도를 하고서야 아들 하나를 얻었다. 노인은 5대독자이기도 한 귀한 아들이라 무탈하게 정성을 다해 애지중지 키우기를 5년이나 지났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으며 용모도 수려하고 총명하기까지 하여 노인은 자식 보는 재미로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스님한 분이 그 집 앞을 지니다가 문득 한 아이가 대문을 나서다가 문턱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모양을 보았다. 그런데 아이가 울지도 않고 벌떡 일어서더니 스님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못 볼 사람을 보기나 한 듯 아이 답지도 않게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기이하게 생각한 스님이 무심코 손가락으로 시간을 짚어 주역 점을 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점괘는 아이의 수명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물에 빠져 죽는 점괘였다. 스님은 그 아이가 불쌍해 차마 모른 체 할 수가 없어서 아이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인 노인을 만나 조용히 점괘 이야기를 하였다.

    “점괘는 분명히 모월 모일 모시에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다고 합니다. 소승의 점괘가 틀리기를 바랍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점괘가 나왔으니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오니 그날 그 시간만 지나면 아이가 무탈함은 물론 오히려 수명장수 할 터이니 부디 만반의 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스님은 합장하여 그렇게만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스님이 떠나고 나서도 노인은 한동안 정신을 놓은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히 아내를 불러 스님의 점괘를 전하였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망연자실해서 쓰러질 듯 눈앞이 캄캄했다.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모월 모일 모시에는 아이를 절대로 물가에 내보내서는 안 되오. 물만 피하면 된다니 그날은 아예 밥을 짓지도 말고 집안에는 고양이새끼 한 마리 못 들어오게 대문을 꼭꼭 잠가놓을 것이오. 당신은 접시 물은 말할 것도 없고 걸레에 물기가 있어서도 안 되니 바싹 말려서 치워두고 혹여 물귀신이 어찌할지도 모르니 용한 무당을 청해 굿이라도 합시다.”

    그렇게 대책을 세운 노부부는 스님이 예언한 그날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드디어 그날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집안 구석구석을 몇 번이고 샅샅이 둘러보며 이슬 한 방울까지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고 아이를 안방에 데려다 잠재워 놓고는 곁을 지켰다. 하지만 무녀가 와서 굿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천지신명과 조상에게 절을 올려야 한다는 무녀의 권고에 노부부는 잠시 아이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스님이 예언한 그 시각이라 마음이 좀 불안했지만 천지신명과 조상에게 치성을 올리는데 설마 어쩌랴 싶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제사상 앞에서 지극정성으로 절을 하고 기원을 한 뒤에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방문을 연 순간 노부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새근새근 자고 있어야 할 아이가 안방 뒷문에 머리를 박고 늘어져있었던 것이다. 허겁지겁 달려가 보니 아이는 이미 죽어있었다. 망연자실해 아이를 끌어안은 노부부는 또 한 번 놀랐다. 뒷문에 발라놓은 창호지에 한 자로 물 수(水)자가 쓰여 져 있었던 것이다. 그 글자는 얼마 전에 창호지에 구멍이 나 붙여놓은 종이조각이었다. 결국 스님의 점괘대로 아이가 물에 빠져죽은 셈인데 이 이야기는 운명은 비켜갈 수 없다는 웃지 못 할 설화로서 인명은 재천이란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